21세기 중반, 인류는 인구, 기후, 기술, 정치 양극화가 얽힌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사회 역시 세계 최저 출산율, 높은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 분단과 신냉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속에서 구조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주의의 위기는 형식적 민주화 이후에도 권위주의적 통치와 예외상태의 논리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국민국가 중심의 안보 패러다임, 인간중심주의, 성장주의, 경쟁 논리라는 기존 ‘세계상(Weltbild)’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는 방식 자체의 근본적 전환입니다.
평화월딩연구소는 오랜 연구 축적의 토대 위에서 출범했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냉전아시아연구팀에서 시작된 우리의 연구는 2020년 연구소 내 부설 냉전평화연구센터로 발전했고, 이제 2025년 12월 평화월딩연구소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지난 5년간 저는 냉전평화연구센터장으로서 글로벌 냉전과 냉전 아시아, 전쟁과 평화,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연구에 매진해왔습니다. 냉전평화연구센터에서 우리는 냉전이 과거가 아닌 현재 동아시아 구조를 규정하는 지속적 조건임을 규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평화 구축의 실천적 과제로 발전시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기억과 증언, 과거청산, 갈등전환 방법론 개발 등 다층적 연구와 실천을 전개했습니다.
이제 평화월딩연구소는 ‘월딩(Worlding)’ 개념을 통해 냉전과 평화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확장합니다. 냉전 극복과 평화 구축을 넘어,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의 전환, 국민국가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존재론적·인식론적 지평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평화월딩(Peace Worlding)은 평화를 갈등의 부재가 아닌, ‘갈등과 함께 머물며(staying with the trouble)’ 능동적 조율과 전환을 이루는 과정적 실천으로 재정의합니다. 이는 세 가지 핵심 접근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월딩 전환(Worlding Turn)은 신냉전과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트랜스-로컬적, 트랜스-휴먼적 관점에서 평화 세계의 지역적·민주적 상상과 실천을 모색합니다. 촉수적 사유(tentacular thinking)는 연구자가 현장에 깊이 참여하여 연구 대상과 상호 얽히며 공동의 변화를 만드는 관계적·생태적 인식론입니다. 공존과 보살핌의 윤리는 인류세적 위기 속에서 인간 너머의 존재들, 미래 세대, 취약한 타자들과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고 돌봄의 감각을 회복하는 새로운 평화 윤리입니다.
평화월딩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조건—냉전과 분단, 압축적 근대화와 민주화, 과거청산의 미완—을 월딩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서구 중심을 넘어선 독창적인 '월딩의 평화인문학'을 구축합니다. 연구부, 교육출판부, 영상아카이브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10년 장기 비전을 실행하며, 학제 간 융합연구, 학부-대학원-시민 교육, 영상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평화월딩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확산합니다.
평화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냉전아시아연구팀에서 시작된 10년의 여정이 평화월딩연구소라는 새로운 장으로 펼쳐집니다. 복합위기의 시대에 평화를 다시 사유하고 실천하는 이 여정에, 연구자, 활동가, 시민, 예술가 등 이 시대의 위기에 응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초대합니다.
평화월딩연구소는 사유와 실천이 만나는 장, 이론과 현장이 교차하는 공간, 다양한 존재들이 연대하며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실험실이 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의 미래를 향한 여정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Tel. 82-2-2610-4720, 82-2-2610-4331 | Fax. 82-2-2610-4708 | ipws2025@gmail.com
(08359)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320 성공회대학교 일만관 3층 평화월딩연구소
© 2025 IPWS. All Rights Reserved.